[죽이고 싶은 아이] 리뷰 –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1.왜 이런 제목일까? – 배경과 시작점
『죽이고 싶은 아이』는 청소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섬뜩한 제목으로 독자의 이목을 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단순한 자극이 아닌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단짝 친구였던 주연과 서은 사이에 벌어진 불행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서은이 학교 공터에서 시체로 발견되며, 사건 전날 함께 있었던 주연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의혹과 소문, 편견이 소녀를 범인으로 몰아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주연의 기억은 단편적이고 혼란스럽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범인이라는 확신 아래 행동한다. 배경은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교실과 교문 밖 풍경이며, 작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사회의 이면을 직시하게 만든다.
2.모두가 범인인 세계 – 등장인물의 역할
이 작품은 인터뷰 형식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죽은 소녀 서은, 그녀의 단짝 주연, 이들을 둘러싼 학급 친구들과 선생님, 부모, 기자, 그리고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정의한다. 특히 주연은 서은에게 집착하거나 가스라이팅을 했다는 말까지 듣게 되며 미디어의 왜곡된 시선 속에서 피의자로 전락한다. 한편 주연을 돕는 국선 변호사는 학생 시절 겪었던 따돌림의 경험을 통해 주연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되고, 새로운 증거와 시각을 통해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모든 인물은 이기적이며, 그들 역시 이야기 속 또 다른 가해자라는 것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인물 간의 관계는 왜곡되고 무너져 있지만 그 속에서 ‘진심’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3.진실을 말하는 것은 누구인가 – 작가의 메시지
이꽃님 작가는 단지 범죄 미스터리를 그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진실이란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며, 언론, SNS, 교육, 가정 등 청소년을 둘러싼 사회 전체의 무책임함을 꼬집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이른바 ‘마녀사냥’의 구조가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를 작가는 주연의 시선을 통해 차분히 그려낸다. 후반부의 반전은 단순히 스토리의 흥미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단정짓고 손가락질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독자는 읽는 내내 ‘나 역시 주연을 의심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떠올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 속 개인의 윤리적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죽이고 싶은 아이』는 단순한 청소년 소설을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심리 미스터리다. 추리적 구성과 흡입력 있는 문장, 그리고 독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은 독서를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어 ‘성찰’로 확장시킨다. 미디어와 소문, 관계의 균열, 그리고 진실의 무게를 다룬 이 소설은 중학생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읽어야 할 작품이다. 관계에 상처받은 사람, 편견에 흔들린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이 이야기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어른들의 무심함과 청소년들의 상처 사이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주연의 여정은,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정의’와 ‘믿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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